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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닐라 코딩 10기 프렙, 부트캠프 및 취직 후기 (회고?)
    Boot Camp 2022. 1. 1. 18:17

    진즉에 썼어야하는데 이제서야 (=취직된 후에야) 심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사실 프렙후기도 그렇고, 이 것도 뭔가 '다음 단계가 잘 안되면 어떡하지' 에 대한 심적 부담에 선뜻 작성할 용기가 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뭔 상관이야 🤔 싶기도 하다. 

     

     

    내 인생 최대의 투자(시간, 용기, 돈 등)에 대한 내돈내산 후기를 시작한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쓰는 내돈내산 후기가 이거라니...!

     

    일단 시간의 흐름순으로 일기와 캘린더를 보며 기억을 복원해봤다. (+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짐.)

    그리고 내돈내산이니까 나의 주관대로 멋대로 쓰여진 글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주시길..!

     

     

    차례

    1. 발단: 동기와 프렙

    2. 전개와 위기: 부트캠프

    3. 결말, 그리고 또 다른 발단: 취직

     

     

    발단: 동기와 프렙

    2021년 초, 나는 미국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으로 편입하기 위해 전문대(이제는 4년제가 되었지만... 여튼)에서 C++를 배우고 있었다. 

     

    발단은 이렇다.

    평범한 대학교의 경영학과를 졸업해서 평범하게 스타트업 회사들에서 재무관리 & 프로젝트 운영(+ 온갖 일)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 재정난이 닥쳤다. 근데 나만 짤리고 개발자분들은 안 짤림. 봉급 삭감? 없ㅋ엉ㅋ

     

     

    그 때 느꼈다. 

    아 내가 기술이 없다면 이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구나.

    전문성을 키워서 내 경쟁력을 높이고 싶다.

    그래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이번에는 의료기기 스타트업에서 프로젝트 운영(이라고는 하지만

    약간의 재무관리 + 온갖 일)을 했는데, 도메인만 바뀌었을 뿐 뭔가 전문성이 키워진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출근 길에 내가 걸어온 경력 안에서만 너무 좁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전두엽을 스쳤다.

     

    문과출신으로써 스타트업의 장점이자 단점은, 어디에 어떻게 내가 쓰이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엔간한 스타트업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이 분야 저 분야 키자니아처럼 다 해봤기에 며칠간 내가 해본 것들 중에 무엇이 즐거웠는지 혹은 흥미로웠는지 기억해봤다. 그리고 옛날에 파이썬으로 회사 개발자분과 구글 스프레드시트 자동화(라고 하기엔 약간 거창하지만)를 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래, 나도 프로그래머를 해보는거야!

    하지만 그 때는 2018년, 나는 부트캠프라는게 있는지조차 모르던 상태였다. 

    무식하다면 용감하다고 나는 쿨하게 회사를 때려치우고 프로그래밍을 배우기위해 미국 유학을 갔다.

     

     

    다시 돌아와서 2021년 초, 나는 미국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으로 4년제에 편입하려 전문대에서 C++를 배우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커리큘럼이 다르다는 것을 애저녁에 깨달았지만 이미 온 이상 여기에서 자격증이나 졸업장이라도 따가야한다는 생각에 코로나고 뭐고 미국에서 버티고 있었다. Transfer 자격을 얻어서, 4년제 대학의 컴퓨터 사이언스 학과로 편입하는 것이 나의 유일한 목표였다.

     

    컴퓨터 수업에서는 과제로 컴퓨터 구조와 자료 구조 등에 관한 쪽지시험 및 정말 간단한 프로그램 만들기를 내주었다.

    매일 콘솔로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몇 개 나누어주었다 이런 것을 짜고 있었는데, 흥미롭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으며, 콘솔도 못 생겨서 싫었다. 무엇보다도 수업시간에 보여준 코드랑 매일 유사한 과제만 나오는게 별로였다. 이건 그냥 베껴쓰기잖아.

    나는 뭔가 눈에 보이는 재밌는걸 하고 싶은데! 

     

     

    그러다가 고등학교 친구가 자신도 개발자로 전향하려 한다며 부트캠프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코로나로 집콕해서 유튜브에서 하는 각종 JS, HTML 강의를 떠돌고 있던 나에게 정말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친구가 알려준 몇몇 부트캠프를 찾아보았는데, 광고를 안 하며, 원장님 혹은 강사의 얼굴이 나와있는 부트캠프는 바닐라코딩 밖에 없었다.  

    맛집도 정말 원조이고 자신있는 곳은 본인 얼굴 걸어놓으니까, 비록 캐리커쳐긴 하지만 본인의 얼굴들을 걸어 놓았다는건 그만큼 자신있다는거겠지? 그리고 싹싹 긁어모은 검색 결과도 진솔해보였다. 마침 모집기간이기도 해서 그대로 지원해서 운좋게 합격, 프렙을 듣게 되었다.

     

    프렙을 들으며 과제따라가랴 학교 수업따라가랴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았지만, 내가 만든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 재미있었다.

    더 이상 콘솔로만 보지 않아도 되는거야!

    그럭저럭 버겁게 과제를 따라가다가 프렙을 졸업했는데, 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칼같이 마감기간을 지키며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에 성취감이 대단했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봄학기에 온라인 수업을 두 개만 더 들으면 끝이었기에 마침 한국에 일찍 돌아갈까 생각 중이었다.

    한국에 들어가면 봄학기만 들으면 졸업인데, 4년제 편입 못하면 어떡하지? 뭐 지금까지 배운걸로 먹고 살아야지.

    지금까지 충분히 취직할 정도로 배웠어? ㄴㄴ... 그럼 공부해야지.

    하지만 더 이상 떠돌이처럼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강의들을 비교하기 싫었다. 뭐가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겠고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할 것 같았다. ts는 뭐고 js는 뭔데? Vue? React? Angular?

     

    내가 겪은 바닐라코딩은 나에게 확실한 길을 제시해줄 수 있으리라 판단, 지원하게 되었고 운좋게 합격했다.

     

     

     

     

    전개와 위기: 부트캠프

    미국에서 부트캠프를 참여하기 위해 14일 자가격리 기간을 역으로 계산해서 가장 늦은 날에 한국에 입국했다. 

    자가격리하는 동안에 미국에서 보고싶었던 책들을 마음껏 사서 볼 수 있겠다 싶어서 신났었는데, 실제로는 마음껏 책만 사놓고 다 읽지는 못했다... 

    내가 이 실력으로??? 부트 캠프를??? 실화냐??? 어떡하지???

    이 생각에 잠도 잘 못잤다. 설레임 반 두려움 반 반반무마니.

     

    개강일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프렙하면서 눈에 익은 이름들과 실제로 얼굴을 매칭하려하니 근 1년 반 동안은 집에서만 갇혀지내던 나의 초라한 사회성은 매우 힘겨워했다.  프렙 때 부터 함께 스터디를 해온 동기들도 실제로 만나보고 무엇보다도 켄님을 실제로 만나서 연예인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Oh 대망의 부트캠프 Oh

     

    다들 과제를 미친듯이 잘하고, 주어진 일을 챡챡 해나가는 것이 내게 엄청난 자극과 열등감을 안겨주었다. 

    나름 씨쁠쁠 과목 다 에이쁠 맞았는데, 어느정도 홈페이지 대충 만들 수 있는데! 

    과제의 난이도와 쏟아지는 공부거리의 양은 프렙 때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내 생각보다 내가 너무 못 하는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정말 세상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쯧.

     

     

    내가 너무 못하는거 아니까 자료 복습은 해야하는데 과제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다보니 우와... 

    그냥 시간이 순삭되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못 갔던 각종 병원도 다녀야했기에 더 시간이 없었다.

    흠 이 역시 지금 생각해보면 시간이 왜 없어??? 싶긴한데, 그 때 일기를 보니까 진짜 절박했었다.

    나는 이거하려고 지금 한국들어온건데, 이렇게 못하면 어떡하지?

    그래서 끝까지 모든 과정 수료 못하고 짤리면 어떡하지???

    엄청 불안했다. 근데 난 불안장애가 있어서 한 번 이런 생각들면 다시 집중하기까지 시간 엄청 걸림. 그럼 또 시간버림.

     

    그리고 바코에는 3번의 테스트가 있다.

    컴퓨터 이론이 끝나고 1번, 프론트엔드 과정이 끝나고 1번, 그리고 백엔드 과정이 끝나고 1번.

    통과 기준은 켄님의 기준.

    나는 살면서 한 번도 통장 번호를 테스트에서 떨어졌을 때 강제 환불을 받기 위해 제출해본 적이 없다.

    바코에서는 3번했다... ㅎ

    나도 설마 에이 그냥 하는 말이겠지 했는데... 정말 강제 환불을 받은 사람들이 우리 기수에 있다.

    (오늘의 정보: 켄님은 빈 말을 안 한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기적적으로 수료를 했다.

     

     

    내가 3번의 테스트를 간당간당하게 살아남아 무사히 프로그램을 수료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무엇보다도

    바코의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궁금한게 있으면 질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

    과제 통과 기준보다도 더 높은 기준을 달성하는 것을 지향하는 분위기,

    자신이 공부한 정확한 지식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분위기.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과 바코의 시스템, 철학이 곁들여진 이 분위기에서 

    나는 큰 도움을 얻고, 부트캠프 초반보다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프로그래밍에 관련된 지식 외에도 켄님의 프로그래머 경력에서 나오는 조언들도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겠다'라는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그리고 모두들 정말... 동료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만 켄님이 쏙쏙 뽑아놓으셨다. 

    나는 쉽게 불안해하고 쉽게 최악을 생각하는 편인데, 동기들과 멘토분들에게 건강한 멘탈을 유지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가 자괴감에 쩔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지하 4층까지 뚫고 내려갔을 때에도 동기들이 '하면 되는거지!', '고통을 즐겨! 인생은 고통이야!' 등등 함께 괴로워해주며 상냥한 채찍질을 마다하지 않아주었다 ㅋㅋㅋㅋㅋ

     

    동기들과 스탭분들, 멘토분들도 옆을 쓱 지나가다가 자연스레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는 그런 공동체.

    이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애저녁에 짐싸서 강제 환불받고 쫓겨났겠지 ^ㅠ^ 모두들 감사합니댜...

     

     

    결말, 그리고 또 다른 발단: 취직

    그렇게 힘겹게 부트캠프를 졸업한 후, 내 자신감은 (늘 그랬듯이) 정말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내 개인 프로젝트는 다른 동기들의 프로젝트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서, 비전공자인 내가 이 프로젝트로 정말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였다.

    내가 하고 싶은 주제를 내가 선정한 기술 스택으로 백엔드와 프론트엔드를 전부 다 혼자 해냈다는 것을 높게 평가받았다.

    아예 대놓고 '본인이 한거 맞아요?'라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기에 의아했는데, 종종 강사의 도움을 받고서도 안 받은 척하는 경우가 있어서 물어봤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되었다. 

     

    나는 비전공자다.

    내가 받은 졸업장은 Associate in Arts, 예술준학사로 나올만큼 컴퓨터 전공이 그저 사알짝 묻어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 77개 회사에 지원해서, 20개의 회사에 서류합격을 했고, 그 중 16개 회사의 면접을 보고 14개 회사에 최종합격했다.

     

    26%의 서합률, 88%의 최종합격률.

     

    입사한 지금은 서류 통과에서 다 불합격으로 넘어갔다. 그 때 캡쳐해놓을걸.

    지금은 내가 골라서 입사한 회사에서 3주차 파릇파릇 새내기 FE 개발자로 재택을 즐기며 관심있는 분야에서 개발을 하게 되었다.

     

    내가 바닐라코딩을 안 다녔어도 이런 수치를 달성할 수 있었을까?

    내가 바닐라코딩을 안 다녔어도 이렇게 인성킹 실력킹 소즁한 동기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내가 바닐라코딩을 안 다녔어도 가족들과 친구들이 이름을 들어본 회사에 개발자로 취직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힘들긴 어어어엄청 힘들었다. 

    살도 10kg이 빠졌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코드를 따라 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을 생각해서 코드를 스스로 짜낼 수 있는,

    생각하는 개발자로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모두들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프렙 시작하기 전에 거의 인터넷에 있는 모오오오오오든 자료들을 싹싹 긁어서 바코를 검색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리소스를 투자해야하는 일이기에 신중하고 싶었고, 또 비전공자, 문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해낸 사람이 있는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저 여기 있어요~

     

     

    3n살인 나도 해냈으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해낼 수 있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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